헌年 과 새年
이年이 내일 이면
다짜 고짜 미련 없이 떠난 다네.
사정을 해도 소용없고 붙잡아도 막무가네.
게으른 놈 옆에서 치닥꺼리 하느라고
힘들었다면서 보따리 싼다고.
생각해보니 약속 날짜가 되었구먼.
일년만 계약하고 살기로 했거든.
앞에 간 年보다는 낫겠지 하고
먹여줘,입혀줘,잠도 같이 잤는데,떠난네.
이 年이 가면 또 다른 年이 찾아오겠지만
새 年이올 때 마다 딱 1년만
살자고 찾아오는 年이지요...
정들어 더 살고 싶어도 도리가 없고
살기 싫어도 1年 살아야 할 年이거든요.
동서고금, 남녀노소, 어느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年입니다.
올해는 모두들 불경기라고 난리고,
지친 가슴에 상처만 남겨놓고
이 年이 이제는 간데요
이 年은 다른 年이겠지 하고
얼마나 기대하고 흥분했는데,
살고 보니 이 年도 우리를
안타깝게 해 놓고 간답니다.
늘 새 年은 좋은 年이겠지 하고
큰 희망을 가지고 새 살림을 시작해 보지만
지나놓고 보면 먼저 간 年이나,
갈 年이나 별 차이가 없답니다.
몇 년 전에는 IMF라는 서양 年이 찾아와서
소중하게 간직했던 돐 반지까지
다 빼주고 안방까지 내주고 떨고 살았잖아.
어떤 年은 평생에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남기고 가고, 또 어떤 年은 두 번다시
쳐다보기 싫고, 꼴도 보기 싫은 年이 있지.
애인같이 좋은 年, 원수같이 도망간 年,
살림거덜 내고 가는 망할年도 있고
정신을 못 차리게 해놓고 떠난 미친年 도 있고.
이별의 덕담을 나누며
차 한잔 할 시간도 남지 않았군요.
남은 시간이라도 곧 떠날 年과
마무리가 잘 되었으면 합니다.
이 年,저 年, 살아봐도 특별한 年이 없네.
그래도 내 年은 좋은 年이 되기를 기대하며,
설램으로 새 年을 맞이하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