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불교 전래
삼국시대의 불교 -
우리 나라의 불교는 인도나 중국 불교의 단순한 연장이나 퇴화가 아니다.
삼국시대에 전래된 불교는 육로 또는 해로를 통해서 만주대륙과 한반도 등의 우리 민족문화권에로 동류(東流)한 뒤, 우리 나라의 지역과 풍토 및 민족성 안에서 독특하게 전개되었습니다.
1. 전 래
삼국 가운데에서 제일 먼저 불교를 받아들인 것은 고구려이다.
372년(소수림왕 2) 여름인 6월, 전진(前秦)의 왕 부견(符堅)은 순도(順道)를 시켜 불상과 불경을
고구려에 전하였습니다.
이에 소수림왕은 사신을 보내서 감사의 뜻을 표하고, 순도로 하여금 왕자를 가르치게
하였습니다.
2년 뒤인 374년에는 진나라의 승려 아도(阿道)가 고구려로 왔습니다.
소수림왕은 그 이듬해 봄에 성문사(省門寺)와 이불란사(伊佛蘭寺)를 세우고 순도와 아도를 각각
그 절에 머물도록 하였습니다.
이 두 절은 우리 나라에 세워진 최초의 절입니다.
고구려에서 처음 받아들인 불교는 ‘인과적(因果的) 교리로서의 불교’ 또는 ‘구복(求福)으로서의 불교’라 하는데,
이는 재래의 토속신앙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삼국 중에서 고구려가 불교를 가장 먼저 받아들여 새로운 관념형태를 형성함으로써,
삼국 중 가장 먼저 중앙집권적 고대국가 형성의 기틀을 잡게 된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391년(고국양왕 8)에는 영을 내려서 불교를 숭신(崇信)하여 구복하게 함으로써
불교를 더욱 장려하였습니다.
백제에는 고구려보다 12년 뒤인 384년(침류왕 1)에 불교가 전래되었습니다.
인도의 고승 마라난타(摩羅難陀)가 동진(東晉)으로부터 바다를 건너서 서울인 광주(廣州)의 남한산으로 들어오자 왕은 그를 궁 안에 머물도록 하였고,
그 이듬해 10명의 백제인을 출가시켜 승려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뒤 160여 년이 경과한 성왕 때까지는 불교관계 기사가 전혀 보이지 않다가,
526년(성왕 4)에 인도로부터 귀국한 겸익(謙益)을 맞이함으로써 크게 발전을 보았습니다.
신라의 불교 수용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신라가 고구려의 세력을 배경으로 발전하고 있었던 눌지마립간 때에,
고구려로부터 묵호자(墨胡子)가 신라의 서북경지방인 일선군(一善郡:善山)에 들어와
모례(毛禮)의 집에 기숙하면서 불법을 전하였으며, 모례는 신라인으로서 최초의 신도가 되었다.
그때 중국의 사신이 향(香)을 가지고 왔으므로 묵호자가 나아가 분향예불(焚香禮佛)하는 법을 가르치고 공주의 병을 완쾌시킴으로써 신라왕실에서도 불교를 알게 되었으나 별로 신도를 얻지 못하였습니다.
그 뒤 소지마립간 때에 고구려에서 아도(阿道)가 들어와서 불법을 전도한 뒤로는
신봉하는 자가 늘어났습니다.
신라에 왔던 아도는 고구려에 왔던 중국승 아도와는 동명이인(同名異人)으로, 아도라는
이름은 머리가 없는 자라는 뜻으로 삭발승을 가리키는 일반명사로 보고 있습니다.
그 뒤에도 신라왕실은 불교공인을 위하여 노력하였으나 씨족중심 귀족들의 끊임없는 반대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 씨족적 기반을 억누르고 중앙집권적 국가를 확립하고자 했던 왕실파(王室派)들은
법흥왕 중심으로 불교를 새 지배체제의 구축을 위한 정신적 지주로 삼아서,
왕법(王法)과 불법(佛法)을 동일시하고 부처의 위력을 왕의 위력으로 대치하여
강력한 왕권을 확립하고자 하였습니다.
520년(법흥왕 7)에 율령을 반포하여 국가조직에 관한 정비를 일단락 지은 법흥왕은 527년에
이차돈(異次頓)의 순교를 계기로 배불파(排佛派)를 제압하고 불교공인을 선포하였으며,
529년에는 영을 내려 살생을 금하도록 하였다.
이차돈이 순교한 지 7년 뒤에는 그가 절을 만들고자 했던 천경림(天鏡林)에 신라 최초의
절인 흥륜사(興輪寺)를 창건하였고, 법흥왕은 왕위를 진흥왕에게 물려주고 스스로 승려가
되어 법공(法空)이라고 불렀다.
이때의 불교는 ‘선행수복(善行受福)으로서의 불교’, ‘
인과적 교리로서의 불교’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고,
고구려의 경우처럼 토속신앙과 자연스럽게 혼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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