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가 쇠고기보다 몸에 이롭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다.
이는 지방 성분 때문인데
쇠고기와 달리 돼지고기의 지방은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4:6으로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다.
불포화지방산은 등 푸른 생선이나 호두 등에 많이 들어 있는 지방으로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켜
혈관을 깨끗하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보양식으로서
돼지고기가 지닌 가치에 대해서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특히 이는 흔히 간, 염통, 허파, 막창 등 ‘돼지의 식용 부산물’에
풍부한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많은 육류 전문가들이
순댓국을 삼계탕이나 보신탕 못잖은 보양식으로 꼽는 것도
바로 부산물의 각종 영양성분 때문이다.
순댓국에 순대와 함께 담기는 각종 부산물에는 인체의 면역력을 강화시켜줘
‘면역비타민’으로도 불리는 비타민B군이 풍부히 들어 있다.
또 채소나 과일에 부족하기 쉬운 지용성비타민A나 D도 많이 함유돼 있다.
우선 비타민B1(티아민) 성분부터 보자.
에너지 대사에 필수적인 비타민B1은
쌀밥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특히 부족하기 쉬운 성분이다.
비타민B1이 부족하면 에너지 대사가 조화를 이루지 못해
피루빈산이나 젖산 등의 피로물질이 축적되며
현기증, 식욕부진, 피로, 전신 권태감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비타민B1은 신경계와 정신적인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신경계, 근육, 심장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시켜 준다.
돼지고기를 삶으면 전체 비타민B1 함유량의 절반 정도가 감소되지만
순댓국처럼 국물과 함께 먹으면 80% 정도를 섭취할 수 있다.
피부, 손발톱, 머리카락의 건강에 관여해
‘피부비타민’으로 불리는 비타민B2 역시 순댓국에 풍부하다.
비타민B2가 부족하면
입 주변에 염증이 생기거나 구순구각염, 설염 등이 발생한다.
순댓국에 들어 있는 여러 성분 중
인체의 면역기능 강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타민B6다.
비타민B6는 혈액을 구성하는 항체와 적혈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하며,
면역 시스템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백혈구의 생성도 촉진한다.
또 비타민B6는 DNA와 RNA 같은 핵산합성에도 필요하다.
이외에도 돼지고기 간에는
비타민A뿐만 아니라 뼈와 관계가 깊어서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비타민D도 많이 들어 있으며
혈액응고와 관련된 비타민K도 들어 있다.
이러한 지용성비타민은
돼지고기의 지방과 함께 섭취해야 흡수가 잘된다.
우리 몸은 미네랄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식품을 통해 공급받아야 한다.
그런데 순댓국에 들어가는 돼지의 식용 부산물에는
우수한 미네랄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간에는 철이나 아연뿐 아니라
구리, 망간 등의 미량원소가 충분하게 들어 있다.
돼지의 간이 빈혈에 좋다고 알려진 것은
소의 간보다 철분을 약 3배 이상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돼지의 간에 들어 있는 철분은
인체 흡수율이 20% 내외로 시금치의 5%보다 훨씬 높다.
따라서 돼지의 간에 100g당 약 24㎎의 철분이 들어 있고
성인 남성의 하루 철분 권장섭취량이 10㎎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3∼4조각의 돼지 간만 먹어도
하루 필요한 철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와 함께 돼지의 간에는
헤모글로빈에 철분을 건네주는 미네랄 성분인 구리도 많이 들어 있다.
따라서 철분과 구리 성분 모두 풍부한 돼지 간을 먹으면
빈혈 예방 효과를 확실히 거둘 수 있다.
또 돼지 부산물에 들어 있는 아연 역시 중요한 미네랄 성분이다.
아연은 체내에서 산소의 역할을 돕는 보조효소로 작용하며,
핵산이나 단백질의 합성에 관여해 성장이나 생식 기능을 돕는다.
한편 돼지의 식용 부산물에 들어 있는 지방은
삼겹살 등 살점 부위에 있는 지방보다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드는
돼지고기의 지방 조직을 정제하거나 녹여서 얻는 식용유지를 말하는데
콩팥과 이를 둘러싼 지방조직에서 짜낸 것을 최고급품으로 친다.
<도움말=주선태 경상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축산학과 교수·
박범영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 연구관>
이경택 기자